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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426년전 편지

by 오토드림스 2012. 12. 7.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말할 것 있다하셨는데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아이보고 누구를 아버지라 부르라고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6월 1일) 아내가.

죽은 남편의 무덤속에서 나온 편지라고 합니다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와 함께 발견되었다고하네요
미투리를 쌌던 종이에는 '제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았더니 신지도 못하고 가십니까'라는
내용이 적혀져있었다고해요.

보슬아치와 무뇌한 ㄴ들이 난무하는 이세상에 참 경종을 울려주는 편지가 아닌가...
싶습니다...400년전 그 아내의 슬픔과 사랑이 느껴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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